[N잡러를 만나다] 반려견과 유럽여행 간 포토그래퍼, 여행 작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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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잡러를 만나다 ④] 신조어 ‘N잡러’는 생계유지를 위해 부업에 나섰던 투잡족과 달리, 자발적으로 하고 싶은 여러 개의 일자리를 가진 사람을 지칭한다. 매너리즘에 빠진 직장 생활과 충동적인 퇴사라는 극단적인 선택지를 거부하고, 현실과 꿈, 재미를 모두 좇는 이들의 삶은 어떨까.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자신만의 인생을 꾸려가는 2030 N잡러들을 만나본다.

반려견 페퍼와 30일간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는 당신의 정체는?
땡큐 스튜디오에서 5년째 동물사진을 찍고 있는 포토그래퍼 권인영이다. 애교 많은 보더콜리, 페퍼(@tripdoggie)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개인 작업도 하고 있다.


# 렌즈에 담은 털복숭이 친구들

동물 전문 포토그래퍼라니, 생소하다.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어린 시절, 자연스레 키우던 강아지를 찍는 일이 많았다. 진로를 정하게 됐을 때, 돌이켜보니 꾸준히 했던 게 사진밖에 없더라. 파인아트 사진을 전공했기 때문에 동물 포트레이트를 찍을 줄은 몰랐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선배, 동기들이 졸업 후에 주로 패션이나 상품 전문 스튜디오로 갔다. 긴 어시스턴트 생활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싶더라. 즐길 수 있는 일을 좀 더 빨리 시작하고 싶어 고민하던 중에 동물을 전문적으로 찍는 지금의 스튜디오를 알게 됐다. 동물 사진이라면, 즐거울 것 같았다.

사람 사진과의 차이점은?
사람과 달리, 동물은 자신이 아니라 주인이 원해서 사진을 찍는다. 주인이 반려동물에 대한 기억을 남기고 싶을 때 스튜디오에 오기 때문에 나이든 동물을 찍을 때가 많다. 촬영방식도 많이 다르다. 오랜 시간 촬영하면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찍는다. 후작업도 사람보다 간단하다. 정제된 아름다움보다 본연의 모습을 담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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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

어떻게 페퍼와 여행을 가게 됐나?
3주간의 휴가가 생겨 미뤄뒀던 유럽여행을 결심했다. 문득 페퍼와 같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릴 때부터 페퍼를 비롯한 여러 반려견과 제주도 등 국내여행을 다녔었는데,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은 힘들 거라며 극구 말렸다. 괜한 오기가 생겨 정보를 알아봤고, 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3개국을 다녀왔다.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았겠다. 반려견과의 유럽 여행,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쉽게 결정하지 않는 자세. 단순히 멋지고 좋아 보여서 반려견과의 해외여행을 결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반려견이 여행이라는 고된 여정을 즐길 수 있는 성격과 건강 상태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여행지가 꼭 해외일 필요는 없다. 우선 반려견과 국내여행을 여러 번 해보고, 해외여행도 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차근차근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알아보면 된다.

사진 속 페퍼가 행복해 보이던데, 여행은 어땠나?
나와 페퍼 모두에게 새로운 곳이었고, 반려견을 향한 시선이나 분위기가 워낙 따뜻하고 친근해 좋았다. 페퍼를 더 잘 알게 된 시간이어서 꼭 유럽이 아니어도 좋았을 거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돌이켜 봐도 20대 시절, 참 무모하면서도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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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과 사진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힘

여행 에세이 <트립 도기>까지 펴냈다. 소감은?
정말 좋았다. 글을 잘 쓸 자신이 없어서 독립출판물로 사진집을 먼저 냈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여행 에세이를 써보자는 제안이 왔다. 분량을 채워야 하는 게 힘들기는 했지만, 여행지에서의 메모를 참고해 써내려가다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또 책으로 인해 페퍼의 발도장 사인회처럼 재미있는 일들이 생겨 즐거웠다.

포토그래퍼이자 작가가 됐다. 글의 매력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사진과 글이 함께일 때 큰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사진집을 냈을 때도 페퍼의 입장에서 쓴 짧은 글 한 편을 실었는데, 독자 분들이 더 많은 글을 읽고 싶다고 하더라.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싶은지.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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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잡, 삶의 에너지가 되다

N잡이란?
많을수록 좋은 것. 취미와 다르게 업으로 불릴 수 있다는 건 어쨌든 엄청난 몰입을 했다는 증거고, 이는 삶의 큰 에너지가 된다. 처음부터 업을 목표로 하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하면 언젠가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

N잡을 꿈꾸는 이들에게 먼저 한걸음 내딛은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취미나 결과물을 많은 사람과 공유했으면 좋겠다. 자기만족도 좋지만, 독립출판을 통해 사진집이나 책이라는 가시적인 형태로 만들어봐라. 작은 차이지만, 전과 후는 정말 많이 달라질 것이다.

꿈이나 바람이 있다면.
사진은 계속 찍을 것 같다. 좋아하는 것들을 찍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N잡러’s 꿀팁>

반려견과 여행을 떠날 때는 어떤 카메라가 좋을까?
큰 카메라를 많이 써봤지만, 여행을 다닐 때는 ‘똑딱이’처럼 작은 카메라가 최고더라.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더욱이 편리함에 초점을 맞춰라. 디지털 카메라는 ‘리코 GR’을 선호하는데, 사진에 내장돼 있는 필터의 느낌이 좋다. 나처럼 흐릿하고 초점이 나간 듯한 필름 카메라 사진을 좋아한다면, 작지만 강한 ‘콘탁스 T3’도 좋다.

기획 : 이다솜 기자 l 디자인 : 최은지
비주얼다이브 디지털편집국 뉴스팀 l visualeditor@visuald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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