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람의 매력은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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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은 어디서 오는가

“소개팅은 어땠어?”
“되게 성실하고 좋은 사람 같아. 그런데…매력이 없어.”

지난 주말, 소개팅을 한 친구는 말했다. 착하고 좋은 사람인 거 같다고, 그렇지만 마음을 강하게 끄는 한방이 없었다고. 외모는 친구의 관심 분야가 아니다. 한 마디로 준수한 얼굴에 먼저 의견을 묻는 배려심 많은 그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 다만 매력적이지 않을 뿐.


사람의 매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이는 오랫동안 호기심을 자극했다. 매력은 어느 정도 사회적 기준이 있는 외모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다. 외모는 화장하거나 근육을 만들어 바꿀 수 있다. 성형 수술도 있다. 그러나 매력은 그런 방식으론 장착할 수 없다. 배울 데도 없고, 연습한다고 생길 리도 만무하다.

그 와중에 매력을 표현하는 데 자주 쓰이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인간적인’이다. “그 사람 참 인간미가 있지”라는 말은 일상적으로 등장한다. 배우 강소라는 출중한 미모를 지녔음에도 셀카를 못 찍어서 팬들의 귀여운 원성을 샀다. “예쁜 얼굴 그렇게 쓸 거면 나에게 달라”고. 그녀의 셀카 실력은 나아졌지만, 셀카에 능숙하지 못한 점이 오히려 호감을 끌었다.

반전+인간미 = ‘매력’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매력은 단숨에 발견하기 힘들다. 외모와 달리 매력은 단시간이라도 교류한 뒤에야 포착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가까워지면서 상대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친구나 연인, 형제 등 주변 사람들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어울리는 색깔이 있을 것이다. 해바라기 같은 노란색일 수도 있고, 겨울바다를 닮은 파란색일 수 있다.

인물에 특정한 색을 대입하듯 우리는 지금껏 봐온 상대의 모습에 바탕을 두고 그의 행동을 지레 판단한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행동을 한다면? 매력은 예측을 전복시키는 순간에 발산된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실수하면 말할 것도 없다. 9년 전 손석희가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애그 플레이션(agflation)’의 ‘에그’를 계란의 ‘에그(egg)’로 설명한 일화는 인간적인 면모로 회자된다.

온화한 사람이 감정을 드러낼 때도 매력적이다. 들리는 건 미담뿐인 개그맨 유재석. 그도 화를 내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최근 한 방송에서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유재석이 방송국 복도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인간미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유재석은 극구 부인했지만, 인간미에 관한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선행의 아이콘인 그가 쓰레기통을 차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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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TV캐스트 ‘해피투게더 3’ 479회 영상 캡처)

 

완벽한 사람이 허점을 드러내야 매력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완벽함이 아닌, ‘틈’의 문제다. 똑똑한 사람은 부담스럽다. 너무 남을 배려하는 사람은 날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으로 만든다. 그런 사람이 영어 좀 틀려주고, 물건을 차는 순간 우린 친숙함을 느낀다. 결국 ‘인간적인’이라는 뜻은 하나로 통한다. 때로는 화내고, 해묵은 개그를 던지고, 실수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모습.

하루를 완벽하게 살려고 하지 말자. 그때 왜 무리수 멘트를 던졌을까, 왜 그런 모자란 행동을 했을까, 후회하지도 말자. 당신이 내어주는 빈틈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 둘 자리를 마련해준다. 칠칠치 못하게 물건을 흘려줘야, 옆 사람도 ‘어휴’하면서 챙겨주는 맛이 있다. 할 말 다하며 매사 당돌한 사람이 롤러코스터 앞에서 주눅 든다면 그 또한 귀엽지 않은가.

누군가는 당신의 푼수 같은 면에 반한다

몇 년 전 만났던 남자는 무뚝뚝한 사람이었고, 애정 표현에 박한 사람이었다. 나만 애정을 갈구하는 듯해 괜히 짜증을 부렸다. 그 날이었다. 그가 짐을 잔뜩 들고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에게 “제가 짐 들어드릴게요”라며 손을 내밀었다. 그를 좋아한 이유를 잠시 잊고 있었다.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남자. 툭툭 내뱉는 말투 탓에 무신경해 보였지만, 생각지 못한 순간에 마음 쓰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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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네이버 TV캐스트 ‘도깨비’ 영상 캡처)

 

한창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 속 저승사자는 또 어떤가.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4회에서는 막장 드라마를 즐기는 저승사자가 나왔다. 차가운 인상의 그가 막장 드라마를 즐길 거라고는 예상하기 힘들다. 신의 영역에 있던 저승사자가 막장 드라마로 지상에 내려온 상황이랄까. 막장 드라마계의 전설 ‘아내의 유혹’을 본다면 얼마나 좋아할지 궁금하다.

매력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하지만 인간적인 매력에 한해서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선망과 위화감이 뒤섞인 눈으로 바라봤던 이가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 상대에게서 인간적인 체온을 느낄 때 우리는 호감을 느낀다. 그런 뜻에서 똑 부러지는 당신의 헛발질을 응원한다. 누군가는 당신의 푼수 같은 행동에 반할지 모르니까.

기획 : 성민지 기자
비주얼다이브 디지털편집국 뉴스팀 | writer@visuald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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